기후변화, 순환경제 전환 등 오늘날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디자인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 답을 조만간 알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5일(현지시각) 영국 연구혁신청 산하 예술·인문위원회(AHRC)는 탄소중립 및 순환경제 전환을 도울 디자인을 찾고자 향후 3년간 2,500만 파운드(한화 약 392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할 계획임을 밝혔습니다.

AHRC는 해당 기금이 런던 디자인 박물관의 새 프로그램인 미래 전망대(Future Observatory)와 연계된다고 설명했는데요. 탄소중립, 순환경제 같은 특정 과제에 중점을 둔 디자인 프로젝트만 해당 기금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술과 인문학 진흥을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가 기금을 마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또 런던 디자인 박물관이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 신발 산업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GHG)의 1.4%가량을 차지합니다. 매년 수백억 켤레의 신발을 생산하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신발이 재활용되는 비율이 단 5%에 불과하단 사실. 이는 달리 말하면 신발의 95%는 일반쓰레기와 함께 소각 혹은 매립되고 있단 뜻입니다. 신발은 고무, 플라스틱, 가죽, 직물 등 여러 소재가 섞여 있을뿐더러, 분리도 어려운데요.
그런데 만약 분리 자체가 필요 없는 신발이 있다면 어떨까요?

신발을 만드는 과정은 10여 가지가 넘습니다. 직조, 염색, 재단, 조립, 재봉을 거치면서 수많은 재료가 더해지는데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폐기물은 물론이고, 이 복합소재 구성 탓에 재활용도 어려워집니다.

우선 디자이너가 스케치나 3D 파일로 신발을 설계합니다. 이후 디자인에 따라 특수 설계된 몰드(틀)을 만들죠. 그 다음 재활용 의류나 농업 폐기물에서 기반한 식물 기반 재료, 무독성 첨가제를 혼합해 셀룰로오스 용액을 만듭니다. 무독성 첨가제 또한 음식물 쓰레기나 소금 등에서 추출해 생산하는데요. 액체 상태의 용액에 염료를 섞어 색을 냅니다. 이 용액을 틀에 붓고 건조하면 끝.

구독자 여러분도 알고 계시겠지만, 아보카도는 굉장히 자원집약적인 과일입니다. 아보카도 열매 하나를 위해 필요한 물의 양은 320리터. 오렌지 한 알에 22리터, 토마토 한 알에 5리터의 물이 필요한데 비하면 매우 많은 양인데요. 주요 생산국이 남미 국가인지라, 운송 거리에 따른 탄소발자국 또한 높습니다.

대안은 없는 걸까요? 최근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CSM) 대학원의 한 졸업생이 에코바도(Ecovado)를 선보였습니다. 소재 미래학을 전공한 아리나 쇼코히는 콩, 헤이즐넛, 사과, 유채 기름 등을 이용해 아보카도의 맛과 질감을 재현했는데요.

이를 위해 쇼코히는 노팅엄대 식품혁신센터와 함께 아보카도 화학식을 분석했습니다. 쇼코히는 영국에서 나온 재료만으로 아보카도의 풍미와 질감을 표현하는 것이 상당한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는데요.

한편, 에코바도의 겉껍질은 식용 색소가 채색된 왁스로 만들었는데요. 껍질은 생분해 및 퇴비화가 가능할뿐더러 양초로 업사이클링이 가능합니다. 쇼코히는 아보카도의 맛을 넘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를 했다는데요. 이런 시도들이 언젠가 마트 선반을 가득 채우는 날을 상상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