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지난 20일(현지시각) 폐막했습니다. 당초 18일 폐막 예정이었지만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지구 평균온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묶어두는 목표 한계치 등을 놓고 각국이 첨예하게 맞서며 협상이 연장된 건데요.

이틀간의 연장 끝에 사메 슈크리 COP27 의장(이집트 외무장관)은 20일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문인 '샤름엘셰이크 실행 계획(Sharm el-Sheikh Implementation Plan)'이 당사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올해 COP27은 여러 우려 속에서 개막했습니다. 러시아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세계 에너지·식량위기, 공급망 대란, 미중갈등 등 전년보다 복잡해진 국제정세로 성과가 도출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됐는데요.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의 성과가 도출됐단 평도 나옵니다.

구체적으로 이번 합의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을까요.그리니엄이 COP27을 ▲감축(Mitigation) ▲적응(Adaptation) ▲재원(Finance) 등 3편으로 나누어 총정리했습니다.

[편집자주]

1. [COP27 총정리 ①감축] 파리협정 1.5°C 목표 재확인
2. [COP27 총정리 ②적응] 글로벌적응목표 프레임워크
3. [COP27 총정리 ③재원] 손실과 피해 기금 극적 합의
4. [COP27 총정리 플러스] 국가별 성과 정리
5. [Best Picture] COP27 폐막일 새벽

파리협정 목표 1.5°C 상승 억제 재확인! 🌡️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따르면,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 이내로 유지할 경우 해수면 상승으로 주거지를 잃는 사람이 1,000만 명 줄어듭니다. 물 부족을 겪는 이들은 50% 이내로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때문에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에는 1.5℃ 제한 목표가 담겼는데요.

몇몇 국가들의 주장으로 인해 유럽연합(EU) 협상 대표단이 COP27 합의문에 1.5℃가 명시되지 않을 경우 회담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총회 기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1.5℃ 상승 제한 목표를 재확인하면서 논란은 정리됐습니다.

이에 합의문에는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기로 한 파리협정의 목표를 재확인"하는 문구가 명시됐습니다.

2023년 NDC 업데이트 제출, 석탄발전 단계적 축소에도 합의해 📝

한편,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파리협정과 부합하지 않는 국가별 NDC의 경우 내년 COP28(28차 당사국총회) 개최 전까지 갱신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도 합의문에 담겼습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매년 당사국총회(COP) 개최 직전 당사국들이 제출한 NDC를 기반으로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일명 'NDC 종합보고서(NDC Synthesis Report)'라 불리는데요. 올해 NDC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단 39개국이 신규·상향 NDC를 제출했습니다. 이를 분석한 결과, IPCC의 1.5℃ 및 2℃ 시나리오와 2030년 전망 간에 상당한 격차(Gap)가 파악됐습니다. 

아울러 당사국들은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감축(Phase down)과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폐지(Phase-out)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지난해 '글래스고 기후합의'에 이어 이번 합의문에서도 재차 강조된 것인데요. 이밖에도 장기 온실가스 저배출 발전전략(LT-LEDS), 발전원(에너지믹스) 다양화, 메탄 등 비이산화탄소(Non-CO2) 감축을 위한 추가적 노력 등이 강조됐습니다.

Adaptation

COP26서 시작된 글로벌적응목표 논의, COP27로 이어져 🗺️

이에 이번 COP27에선 기후변화 적응에 대한 전 세계의 진전을 평가하기 위한 목표, 글로벌적응목표(GGA)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GGA는 지난 2015년 파리협정에서 언급됐지만, 감축과 달리 전 국가의 적응 정도를 측정할 기준 마련이 어려워 설계 방법에 대한 논의만 계속돼 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COP26(26차 당사국총회)에서는 '글래스고-샤름엘셰이크 작업프로그램(GlaSS)'이 수립됐는데요. GlaSS에서 2023년까지 2년간, 전지구적 적응 진전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 지표 등을 개발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Loss and Damage

11시간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 체결된 '손실과 피해' 기금…"역사적 순간" 🔔

기후변화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에 보상을 골자로 하는 손실과 피해.
COP27의 주요 핵심 의제는 단연 '손실과 피해'였는데요.

다행히 총회 폐막일을 하루 앞둔 17일 EU가 중재안을 내놓았습니다. EU는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에 대해 6,000만 유로(약 796억원)를 지원하겠다며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이후 11시간의 마라톤협상 끝에 미국 등 반대국들이 입장을 선회하며 손실과 피해 기금 창설이 합의됐는데요.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본인의 소셜미디어(SNS)에 해당 결정을 환영한단 뜻과 함께 "정의를 향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합의는 성공했지만…기금 규모 및 운용 방식 등 세부 내용 남아 💰

다만, 기금의 규모 및 운용 방식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못했습니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기금을 부담할지를 놓고 향후 격론이 예상되는데요.

이에 대해 미국과 EU는 중국·인도·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같은 신흥경제국들도 선진국과 함께 손실과 피해 기금 공여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 분류상 개도국일지라도, 이들 신흥국들도 온실가스 배출량(GHG)에 책임을 져야 한단 뜻인데요. 세계 1위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이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세부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준비위원회가 설립돼 ▲기금의 제도적 장치 마련 ▲기존 재원 확장 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내년까지 지속할 예정입니다. 구체적 내용은 COP28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합의문에는 이밖에도 2025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를 지원하는 기존 기후재원 약속 이행을 재촉구하고, 2025년 이후 새로운 기후재원 목표 설정을 합의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COP27은 애초 폐막일인 18일보다 이틀을 넘긴 20일에 폐막했습니다. 폐막일 새벽까지도 각국 대표단은 치열한 협상을 이어갔는데요. 일부 대표단은 이틀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샤름엘셰이크 국제컨벤션센터 내부에서는 합의문을 기다리다 지친 언론인, 시민단체(NGO) 활동가들로 가득했는데요.
큼직한 소파나 의자 등에서 쪽잠을 자는 이들이 수두룩했습니다.